보도자료

[에이블뉴스]모성애는 위대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2008-03-04

SBS '미워도좋아' 엄마는 면죄부인가
모성애는 위대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2-22 17:45:27

SBS 아침드라마 ‘미워도 좋아’는 밝고 경쾌한 삶의 해학과 웃음이 넘치는 건강한 휴먼멜로드라마를 꿈꾼다고 한다. 아울러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코드로 가족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훈훈한 가족드라마를 지향한다는 것이 SBS의 기획의도이다.

서해의 조그만 섬 아름도에서 양동희(김윤경)와 황준혁(유태웅)은 친구로 함께 자란 연인사이이다. 황준혁은 양동희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황준혁의 칠칠치 못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은 고향에서 양동희가 돌봐준다.

▲‘미워도 좋아’의 주역들. ⓒSBS

황준혁이 태양그룹에 취직을 하고 여직원 강윤진(이서연)이 회장 딸임을 알고 접근하여 결혼한다. 양동희는 황준혁의 배신에 눈물을 머금고 아무도 몰래 아들 찬이를 낳아 키우면서 친구와 반찬가게를 한다. 태양마트 팀장 강윤진은 양동희의 반찬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친분을 맺고 양동희는 태양마트에 입점을 한다.

태양그룹 강회장의 혼외 자식인 윤현수(최필립)는 허영선(민지영)과 결혼하여 딸 소망이를 낳았다. 허영선은 남편이 돈도 없고, 비전도 없고, 아이 키우는 것도 귀찮다며 소망이도 팽개치고 다른 남자와 놀아나다가 딸의 양육권도 포기하고 윤현수와 이혼을 한다. 윤현수는 딸의 양육권을 가지기 위해 가진 재산 전부를 허영선에게 넘겨주고 딸 소망이를 데리고 정수기 외판원을 하면서 양동희네 집 문간방에 세 들어 산다.

윤현수와 이혼한 허영선은 일이 잘 안 풀리자 오래전 윤현수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윤현수가 태양그룹 강회장 아들이라고 하던 말을 기억해 내고는 다시 윤현수에게 접근을 하는데 윤현수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양동희가 있는 게 아닌가.

허영선은 강윤진에게 접근하여 강윤진의 생일에 황준혁이 보석목걸이를 선물했다는 것을 알고는 윤현수를 부산으로 출장을 보내고, 양동희에게 강윤진과 똑같은 가짜 목걸이를 보낸다. 양동희는 윤현수가 보낸 것인 줄 알고 그 목걸이를 하고 강윤진을 만난다. 그 자리에 허영선이 나타 나 목걸이가 황준혁이 보냈다는 것을 넌지시 내비쳐 강윤진이 양동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강윤진은 임신만 하면 유산을 하는 체질로 어렵게 시험관 아기에 성공을 하는데 양동희는 자신을 의심하는 강윤진에게 황준혁과의 과거를 털어놓고 싶지만 행여 아이가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러는 사이에 허영선이 양동희가 황준혁의 옛날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려 강윤진은 그 충격으로 또 유산을 하고 만다.

허영선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여자다. 허영선은 황준혁과 양동희의 과거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허영선은 무슨 재주로 그 모든 것을 다 알아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허영선을 형사나 탐정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면 아마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싶다.

허영선은 황준혁과 강윤진, 양동희와 윤현수에게 온갖 중상모략을 꾸미고 서로를 이간질 시킨다. 태양마트 양동희네 반찬에다 모래를 뿌리고, 사람을 시켜 홈쇼핑에 입점을 시켜주겠다며 계약금을 뜯어내고, 윤현수에게 달려드는 차에 대신 뛰어 들어 윤현수를 구해주는 뺑소니 교통사고도 만드는 등 허영선의 엽기적인 행동은 폭력 범죄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그 동안 허영선이 벌인 범죄행각은 인면수심의 정도를 넘어 서는데도 거짓말이 탄로 나자 허영선은 말끝마다 “나는 소망이 엄마야”를 내세운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 당한 양동희와 윤현수를 비롯하여 주위 모든 사람들이 ‘소망이 엄마니까’ 용서를 해주고 있다. 보다 못한 윤현수의 친구가 “그 독한 여자 죽어라고 고사를 지내도 안 죽을 거다” 그러자 윤현수는 끝까지 “그래도 그러지 마, 소망이 엄마야”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서 죄를 지을 수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것이 모성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훈훈한 가족드라마’라는 기획의도는 엿 바꿔 먹었는지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뻔뻔스럽게 죄를 짓고도 ‘엄마니까’로 용서를 받으려는 허영선이나 ‘엄마니까’ 용서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모씨의 장애아들과 외할머니. ⓒ노컷뉴스

지난 2005년 12월 아산의 오모 여인이 남편을 살해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폭행하고 함부로 대하는 남편은 참을 수 있었지만 장애아들에게 구타를 일삼는 아빠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남편을 살해한 것은 11살 장애아들을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가정폭력으로부터 장애아들을 지켜낸 모정의 사연은 CBS 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에 방송이 되기도 했다. 장애아들을 지켜내려는 모성애의 발로였기에 주변에서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쿠키뉴스 2006-05-29 참조)

며칠 전 우연히 FOX채널에서 성범죄전담반의 ‘놀이터의 은밀한 시선’이라는 미드(미국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아이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죽어가고 있었다. 형사들은 주변 인물들을 전부 조사했는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아이의 엄마였다.

엄마는 자신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법정공방을 벌인다. 형사와 검사는 엄마가 범인이라고 단정을 하지만 배심원들은 무죄를 평결했다. 엄마니까.

형사는 기계장치에 의해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아이의 고통에 가슴 아파 하면서 재심을 요청했다. 형사는 가망 없는 아이에게서 기계장치를 제거하여 아이를 편히 보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마 측 변호사는 아이가 아직은 희망이 있기 때문에 기계장치를 제거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엄마가 기계장치 제거를 요청하여 아이가 죽으면 엄마는 일급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식물인간으로 몇 년 만에 깨어난 사람들의 예를 들면서 엄마의 무죄를 주장했다. 또 다시 무죄가 내려질 즈음.

의사가 증언하기를 다시 소생할 가망은 없고, 엉덩이뼈도 다 내려앉았지만 신경은 살아 있어 기저귀를 갈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그 아이의 고통이 어떻겠는가. 엄마는 다 이긴 재판임에도 변호사를 밀치고 나섰다.

“제가 그랬어요. 기계장치를 제거해 주세요. 나는 아이를 사랑해요. 그렇지만 나는 외로웠어요. 남자와 데이트가 있는데 그날따라 아이가 자꾸 울어서 흔들었더니 아이가 잠이 들었어요.”

엄마는 울부짖었다. 무죄를 받고 아이의 고통을 지켜보느니 아이를 편안히 보내는 감옥행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이고 진정한 모성애이다.

‘미워도 좋아’ 시청자 게시판은 허영선 꼴 보기 싫다고 아우성이었다. 결국은 허영선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선량한 양심을 분노케 하여 시청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기를 채우는 것이 ‘미워도좋아’의 목적이라면 그 목적은 어느 정도 성공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성공(?)을 위해서 ‘어머니’라는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정말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봐 무섭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 ndrome)=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란 2살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 적인 손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30%가 사망하고, 60% 가량은 실명, 사지마비, 간질 등의 후유증이 영구적으로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아기가 이 증세로 사망해 아동학대의 하나로 분류돼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서 발췌)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이복남 (gktk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