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어린이집 교사가 5 살짜리 여자 아이에게 가혹한 체벌을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여자 어린이가 친구를 때려 상처를 입힌 사실을 알게 된 교사가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이가 교사에게 대들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난 이 교사는 아동을 발가벗겨 어린이집 밖에 한 동안 세워 두었다는 것입니다.
체벌을 한 교사의 입장에서는 정도가 지나치기는 했어도 아동의 훈육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른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를 괴롭혔다고 해서 이러한 체벌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 교사가 한 '알몸 체벌'은 힘이 센 어른이 약한 아동에게 함부로 휘두른 폭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 어린이가 입었을 상처가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어린이는 알몸 체벌로 인해 커다란 수치심을 느끼는 한편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한 번 상처난 자존감은 주위의 관심과 도움 없이는 저절로 아물지 않습니다. 또 믿고 의지하던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격리되는 데서 생기는 소외감과 공포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기회마저 잃었을 테지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했을 때 무엇이 잘못 되었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고 되새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아동 권리 전문가들은 아동을 훈육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화라고 강조합니다.
만일 이 교사가 평소 아동의 인권과 아동이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임을 인식했다면 그런 체벌을 가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유엔이 정한 아동 권리 협약 제19조에는 '모든 아동은 폭력과 학대, 유기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며, 정부는 아동 학대를 막고, 학대로 고통받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폭력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한 순간 화를 이기지 못해 아동에게 저지른 가혹한 체벌도 포함됩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동을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아동 권리 협약 이행 기본 원칙에는 아동 권리 이행의 책임 주체가 아동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동의 권리를 지켜 주는 데도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1차적으로는 아동에게 체벌이나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되며, 만일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모두가 나서서 이를 막아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이 같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모님과 가족 구성원,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어린이집이 속한 지역 사회, 아동의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정부 등 모두가 아동에 대한 긍정적인 훈육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체벌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인숙(세이브더칠드런 부회장ㆍ중앙아동권리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