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오마이뉴스] 두 번의 알몸체벌 분명히 목격했다

2008-02-14

두 번의 알몸체벌 분명히 목격했다

두 번의 알몸체벌 분명히 목격했다

"그간에 좀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는데 (분명히) 지난해 12월과 1월에 각각 한번씩 두 번 봤다."

5살 아동의 '한겨울 알몸 체벌'을 처음으로 목격했던 외국인 K씨는 1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몸 체벌은 딱 한 번 순간적으로 일어났다'는 어린이집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전날인 30일 경찰조사에서도 이와 똑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이 사건을 목격한 직후 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도 "나와 어머니에게 소름끼치는 일이 두 번 일어났다(1월 25일)"고 썼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지난해 12월 말과 올 1월 25일 등 두 차례 알몸 체벌을 목격했다(1월 28일)"고 증언한 바 있다.

현재 경찰도 K씨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문제의 어린이집에 알몸 체벌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 거주 5년째인 K씨는 "두 번 다 한국을 방문한 엄마와 함께 목격했고 아이들은 10분 이상 방치됐다"며 "특수·자폐아교육 전문가인 엄마는 거의 울 뻔하면서 '이것은 아동학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는 아이들의 몸이 상할거나 정신적 충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그 정도 나이의 여자아이가 이런 일을 겪을 때 받을 심리적 충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K씨는 '상습적 알몸 체벌 가능성'과 관련 "낮에는 일하러 나가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두 번의 알몸 체벌이 있었다는 걸 헤아린다면)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지 않았나 의심은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내가 살던 뉴질랜드에서도 아동학대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며 "아동학대가 꼭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K씨는 "아동학대문제로 주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겼는데 바로 또다른 아동학대사건 때문에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하게 된 상황은 아이러니하다"며 "이번 일로 주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태생으로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K씨는 현재 S대학 어학원에서 영어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K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그날 아침 날씨가 무척 추워서 많이 걱정됐다"

- 한국에는 언제 왔는가?

"5년 전에 왔다."

- 이 방에서 아동학대 장면을 본 것이 몇 번인가?

"두 번 봤다. 그간에 좀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는데 (분명히) 지난해 12월과 1월에 각각 1번씩 봤다."

- 먼저 지난해 12월에 일어난 알몸 체벌 상황을 자세하게 말해 달라

"당시 나는 엄마를 위해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는 침실에 누워 계셨고, 나는 거실에 있었는데 엄마가 (아이의)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고는 나를 불렀다. 둘이 같이 바깥의 상황을 지켜봤다. 한 남자 아이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한국 말로 '괜찮아?'라고 물어보며 불러보기도 했고 사탕을 줘서 달래보려고도 했다. 아이가 겁에 질려 문 쪽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날 아침 날씨가 무척 추워서 많이 걱정됐다. 아이의 키로 봐서 2살 정도로 보였다."

- 완전히 알몸이었나?

"아이는 팬티만 남긴 채 완전히 벗고 있었다."

- 알몸인 채로 얼마나 오래 서 있었나?

"최소 10분에서 15분 정도였다."

-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누가 아이를 다시 안으로 데려가는 것을 봤나?

"누군가를 봤다. 여자(아줌마)를 봤는데 나이는 확실하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25살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뉴스를 보니 25살이라 해서 혹시 그 교사가 대신 죄를 뒤집어 쓴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지난 1월 25일에 일어난 알몸 체벌 상황을 다시 얘기해 달라.

"지난해 12월과 똑같았다. 옥상에서 엄마와 커피를 마시던 중 비명을 들었다. 여자 아이 한 명이 최소 10분에서 12분 정도 방치됐다. 그 후 어떤 여자가 거칠게 팔을 잡고 아이를 다시 안으로 들여보냈다."

- 그 전에 그 여자가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봤나?

"그것은 보지 못했다. 그냥 밖에 나와 있는 것을 봤다. 그 날 매우 추운 날이었고 아이는 공포에 질려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나의 엄마는 거의 울 뻔 했다. 엄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 그 여자아이가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나?

"그냥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울기만 했다."

- 두 번이나 목격하면서 그런 알몸 체벌이 상습적이라고 느껴졌나?

"잘 모르겠다. 낮에는 일 하러 나가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엄마 역시 여기에 한 달 정도만 머물다 여행을 갔기에 집에는 별로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주 벌어진 일이 아니었나 의심은 간다."

- 이 집에는 언제 이사왔나?

"지난해 2월에 이사왔다. 근무시간이 아침이고 어린이집은 그 때 열기 때문에 확실히는 알 수 없다."

- 경찰 등에 신고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

"솔직히 어떻게 할지 잘 몰라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데이브 ESL 카페'에 글을 올렸다. 이태원 파출소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해…. 또 한국이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몰라 확신이 없었다. 뉴질랜드의 경우 아동보호소나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려고 카페에 글을 올린 것이다."

"알몸 체벌을 본 엄마는 '이것은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 알몸 처벌을 직접 목격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끔찍했고, 충격을 받았고, 나중에는 화가 났다."

- 이 사건을 겪은 후에 한국에 대한 인상이 변하지는 않았나?

"나는 한국에 매우 호의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문화를 좋아한다. 남동생은 한국여자와 결혼까지 했다. 그래서 한국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한국에 온 것도 남동생과 나를 보기 위해서다."

- 알몸 체벌을 함께 목격한 어머니는 뭐라고 하셨나?

"거의 울 뻔 했다. 어머니는 '이것은 아동학대'라고 말하셨고, 매우 화가 나셨다. 엄마가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라고 조언했다. 어머니는 특수-자폐아교육 전문가라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할지 잘 아신다. 어머니는 아이가 몸을 상할까 걱정했고, 아이가 입을 정신적 충격 역시 걱정하셨다. 그 정도 나이의 여자아이가 이런 일을 겪을 때 받을 심리적 충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어머니의 그런 조언이 이 사건을 고발하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

"물론 현명하게 행동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꼭 그런 조언이 없더라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조치를 취할 것이다."

- 뉴질랜드에서도 이런 아동학대가 일어나나?

"물론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뉴질랜드 역시 아동학대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매우 큰 사회적 문제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아동학대가 꼭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보편적인 문제라고 본다."

- 만약 뉴질랜드에서 이런 아동학대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나?

"다양한 아동보호기관이 있다. 엄마는 그런 문제를 잘 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교사는 자격을 잃고 어린이집은 폐쇄될 것이며 경찰이 수사에 들어갈 것이다."

- 카페에 글을 올린 뒤 사람들의 조언이 도움이 됐나?

"서로 의견이 분분해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는 경찰에 신고해라 또 누구는 아동보호센터로 가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누군가 한국의 아동보호센터 홈페이지 주소를 일러주어 가 보았지만 내용이 한글로만 돼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리꾼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와 그의 아내가 모든 신고절차를 도와주었다."

- 데이브 ESL 카페를 보면 그동안 아동성추행, 마약 범죄 등에 연루된 외국인 때문에 한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는데 당신의 이번 신고로 여론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댓글도 있더라.

"그런 면이 있다. 외국인 남성들의 경우 이번 일로 주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 문제로 주한 외국인에 부정적 여론이 생겼는데, 바로 또다른 아동학대 사건 때문에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하게 된 상황은 아이러니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주한 외국인 남성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지적도 있었다."

- 당신이 외국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 심하다고 보는가?

"한국인이 외국인의 시각에 매우 민감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 내 상황을 가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조승희 사건 당시도 그랬지만 섣불리 특정 국가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