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남성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태로 17년 동안이나 교직생활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해 화제다

12일(현지시각) 샌디에이고 10 뉴스 등 지역 언론이 소개한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문맹퇴치 재단을 운영하며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는 존 코코란.

어린 시절부터 글을 읽고 쓰지 못했다는 그는 "뜻도 모르는 글자를 보고 적느라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라며 "8살쯤 됐을 때 '내일은 제발 글을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밤마다 기도를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문제가 많아졌고 교장실에 불려가는 일도 잦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든든한 지원군인 가족에게는 그가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

여기에 교사들마저 그의 읽기 능력을 대신 정서적인 문제를 의심하면서 그는 '글을 못 읽는 문제 학생'이 아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으로 여겨지는 데 그치고 말았다.

코코란은 점차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감추기 시작했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거짓말에 중독된 사람처럼 살았다고 토로했다. 운동에 흥미를 붙인 그는 운동실력으로 텍사스 웨스턴 칼리지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친구들에게 과제와 대리 시험 등을 부탁해 대학을 졸업했다.

결국, 학위까지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문맹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의 상황 덕분에 그는 교사가 될 수 있었다. 교사가 부족했던 해당 지역에서 교육학 전공자 대부분에게 일자리를 준 것.

그는 17년간 오션사이드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시각자료와 말로만 수업을 진행해 글을 쓸 필요가 없는 수업환경을 만들었고 수업마다 보조교사를 둬 칠판에 글을 쓰게 하는 일을 맡겼다.

그러나 그는 "교사라는 사람이 읽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면 끔찍하고 당혹스러웠다"라며 "이는 읽기 쓰기 교육에 실패한 이 나라와 이 나라의 학교에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교직에 있는 동안 부동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그는 성공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됐다.

그러나 48살이 되던 해 계약서를 읽고 서명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계기가 돼 공부를 시작했다. 65세인 자원봉사자가 그를 도왔고, 1년 만에 6학년 수준으로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그는 자신을 '불가능 속에서도 기적을 믿는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평하며 "문맹인 사람들에게 다리 역할을 해 주고 싶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두 권의 책까지 펴낸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문맹퇴치 재단(johncorcoranfoundation.com)도 만들었다.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의 학생 600여 명에게 그룹별 특수지도와 개인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문맹은 아동학대의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읽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수치심을 품고 살아간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내 이야기를 통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라는 희망을 주고 싶다"라고 바람을 덧붙였다.

 

노컷뉴스 전수미 기자 coolnwar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