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행위자, 부모가 80% 이상
'방임' 많지만 아동학대로 인식 못해 … 다문화가정 문제 점차 대두
#김 모(16)양은 어머니의 정신적 질환으로 몇년간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살았다. 김 양의 어머니는 망상 증세가 심각해 유기견을 수시로 집으로 데려왔다. 쓰레기도 제대로 치우지 않은 집에서 개 24마리와 고양이 6마리와 함께 생활하다보니 집안은 동물 배설물까지 방치돼 악취 때문에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김 양은 '쓰레기집'에서 생활할 수가 없어 친구 집에서 지내면서 학교를 다녔고 집에 남아있던 동생은 더러운 집안 바닥이나 침대에서 잘 수가 없어 장롱 속에서 잠을 자며 생활했다. 그러는 사이 김양의 동생은 이미 도벽이 생겼고 건강도 나빠졌다.
이 같은 상황은 심각한 '방임' 학대였지만 김양의 어머니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십여년 전 아버지를 잃으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이 가족은 이웃, 친척, 친구 등과의 교류가 없어 김 양은 오랜 기간동안 아동학대에 방치돼 있었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아동학대 문제가 점차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 신고되는 사례는 매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다.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 아이들이 오랜 기간 학대 상황에 방치돼 있다.
◆정서학대, 방임 학대가 3분의2 =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해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뜻한다.
2010년 통계에서 학대행위자와 학대피해아동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부모(친부모, 계부모, 양부모)가 83.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이웃, 시설종사자, 교사 등에 의한 학대비율이 9.4%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부모로부터 받는 학대에 대해 아이들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남의 가정사에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동학대에는 아동을 폭행하는 신체학대, 욕설을 퍼붓는 행위, 비현실적 기대로 아동을 괴롭히는 정서학대, 성학대가 있다. 또 아동을 돌보지 않고 버리는 유기, 고의적·반복적으로 아동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해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방임 등의 유형이 있다.
2010년 아동학대 사례 유형을 살펴보면 8466건(누계) 중 정서학대가 2964건(35.1%), 방임이 2878건(34.0%), 신체학대가 2182건(25.8%), 성학대 400(4.7%), 유기 32건(0.4%)로 나타났다.
방임의 경우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득이 낮은 편이며 방임 가정의 보호자들도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거나 자녀양육 능력이 부족하거나 정신질환 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서학대의 경우는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지도 않고 당장 결과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학대행위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동보호기관 홍보팀 관계자는 "방임은 초기발달단계의 아동에게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발달 영역에 걸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 사전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받는 학대 비율 더 높아 = 최근 국내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가운데 다문화가정도 2010년 아동학대사례 총 565건 가운데 4.39%가 신고접수 후 아동학대보호기관의 지원을 받았다.
이 수치는 다문화가정 아동 총 인구수를 기준으로 아동인구 1000명당 학대피해아동 보호율을 산출하면 1.99%로 나타나 전체 학대피해아동 보호율 0.57%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문화가정의 학대피해아동이 많은 것은 "문화차이로 인한 이질감과 사회적 소외감, 혼혈자녀에 대한 양육 및 교육에 대한 정보부족, 언어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아동학대의 학대행위자역시 부모에 의한 비율이 91.4%로 나타났으며 전체 사례에서 부모에 의한 발생률 83.2%와 비교해도 다문화 아동의 경우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비율이 8.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육체적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아동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만큼 지역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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